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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 기획 [에듀플러스]김형석 작곡가 겸 프로듀서 “AI 편곡 공모전 개최…AI는 경쟁자 아닌 새로운 창조를 위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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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작성일 23-08-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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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음악을 갖고 놀아…전 국민 작곡가 시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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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이 세수하는 것처럼 자신에게는 일상의 습관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김형석 프로듀서는 앞으로도 AI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인공지능(AI)이 음악계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다. AI가 작곡까지 하면서 작곡가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알고 보니 브루노 마스가 실제로 부른 곡이 아니라 AI가 만든 가상 음원이었다.

AI가 급부상 하는 것을 걱정하는 대신, 자신의 대표곡을 AI로 편곡하는 공모전을 열고 정면 승부를 시작한 이가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1400곡을 가진 한국 대표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이 주인공이다. 김 프로듀서는 8월 말, 음원 지식재산(IP) 전문 플랫폼 뮤펌과 '아이엠 리본(I am Re-Born)'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에듀플러스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작업실에서 김 프로듀서를 만나 AI가 초래할 음악계 변화와 작곡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프로듀서는 AI 발전을 우려하기 보다 새로운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아가 그는 작곡을 할 수 있는 도구가 AI로 확장되면서 전 국민이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내다봤다.

“예전에는 음악이 단순히 듣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음악은 AI를 통해 가지고 노는 것이 될 거예요. 아날로그 세대가 연필로 손 편지를 썼다면, 지금 아이들은 영상에 텍스트와 이모티콘, 효과음을 넣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죠. 많은 사람이 AI를 활용해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어요.”

-아이엠 리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제가 작곡한 곡을 AI 통해 다양한 스타일로 변형해서 새로운 곡을 만드는 공모전이에요. 예를 들어 신승훈 씨가 부른 'I believe'의 한 모티브를 AI 활용해 다른 곡으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하는 거죠. 요즘은 AI가 빅데이터를 통해 음악의 리듬, 박자, 가사 등을 분석해 기승전결(시퀀스)을 정해 주기까지 해요. 이번 공모전에서 우승한 곡은 음원도 발매할 계획이에요.

-AI 편곡 공모전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는요.

▲AI 기술 발달로 창작자 문턱이 낮아지고 있어요. 과거에는 사진작가만 포토샵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다섯 살 아이도 포토샵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잖아요. 이처럼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수 있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AI 기술을 활용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음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AI라는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고 있는데 옷 젖을 걱정을 하기 보다 이 물결을 어떻게 탈지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이번 공모전을 열면서 기대하는 점이 있나요.

▲AI를 이용해 변형된 테마의 음악을 만드는 것은 과거 발매된 곡에 대한 답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1995년도에 발표한 '아름다운 이별'을 AI로 편곡한다면, 이 곡에 대한 2023년의 답가가 되는 셈이죠. 결국 음악계도 새로운 재미를 찾고, 기존에 없었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AI가 작곡한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I가 베토벤 버전으로 편곡한 I believe를 들었을 때 정말 많이 놀랐어요. 내 곡을 AI가 새롭게 바꾸는 데 30초도 안 걸리더군요. 음악은 화음, 음계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숫자의 배열로 볼 수 있어요. 감정을 배제하고 음악을 정보로만 본다면 AI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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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지금보다 발달하면 작곡가라는 직업은 사라질까요.

▲작곡가라는 직업이 없어진다기보다 변형될 가능성이 높아요. 챗GPT에 명령어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처럼, 음악이 예술, 메타버스·디지털, 문학 등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장르와 융합을 하면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거예요. 그러면서 음악계도 작곡과 관련한 신종 직업이 생길 것이라고 봐요. 이제 대중은 듣기만 하는 음악보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악을 선호해요. 음악과 여러 분야 융합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동료 작곡가들은 AI 기술 발전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 보다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반응이 많아요. AI를 경쟁자로 보기보다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보기 때문이에요. 음악계 내부에서는 AI 때문에 직업이 사라질까 봐 걱정하기보다는 기존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창작물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훨씬 높아요.

-음악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되는 것에 관한 생각은요.

▲다른 장르와 결합해 변형된다고 해도 결국 큰 카테고리는 음악이기 때문에 이질감은 없어요. 예전 라디오 시대에는 음악만 들었죠. 이후 텔레비전이 나오면서 음악과 함께 안무, 패션 등이 함께 결합해 나왔어요. 요즘은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30초 숏츠로 음악을 듣는 시대예요. 음악의 형태가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변형되는 거죠. 앞으로 음악은 지금과는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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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프로듀서는 작곡가가 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무조건 곡을 많이 써보면서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야 자신만의 색을 가진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AI가 작곡하면서 저작권 관련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AI가 작곡한 음악 저작권을 AI 기업이 갖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는데요. 현재 저작권 협회에서는 인간이 만들지 않은 작품은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파열음이 나고 있죠. 지금은 초기 단계기 때문에 저작권과 관련한 논란이 있지만, 곧 법제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봐요. 가상화폐 사례만 봐도 기술이 먼저 발전해 문제가 발생했고, 이후 법제화가 논의됐죠. 저는 시간이 지나면 AI 저작권 관련 문제도 질서가 잡힐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작권 문제 때문에 AI를 활용한 음악 창작을 멈추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요. AI로 음악을 만들면 음악시장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거예요. 그 안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질서 안에서 저작권 문제는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고요.

-1400곡 이상의 작곡을 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나요.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릴 때 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이에요. 아버지가 음악 선생님이셨고, 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셨어요. 어머니는 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 학생들이 대부분 새벽이나 밤에 레슨을 받으러 왔어요. 피아노 소리에 잠을 깨는 경우가 많았죠. 어릴 때는 몰랐지만 당시 환경이 작곡가로 활동하는데 큰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해요.

작곡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일상생활의 매 순간 음악과 연관된 생각을 습관처럼 하곤 했어요. 가령 지금처럼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 상황에서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하면서 고민해 보는 식으로 음악에 관심을 가졌어요.

-후배 작곡가 양성에도 힘을 쏟아 온 것으로 아는데요.

▲예전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아직은 음악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어서 교수직을 내려놓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왔죠. 세월이 흘러 제가 음악을 가르칠 기회가 온다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을 가르쳐 보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제자 혹은 후배에게 음악을 가르칠 때 더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언어를 가지고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떤 장르의 곡은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더 잘 쓰는 경우가 있어요. 작곡을 오래 했다고 무조건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작곡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요.

▲학생 시절은 음악적 실험을 가장 많이 해볼 수 있는 시기예요. 그런데 작곡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좀 더 배워서 곡을 쓰겠다는 건데요. 그러면 제가 학생들에게 현재 빌보드 100위 안에 있는 곡을 분석해 봤을 때 모르는 코드가 있냐고 물어요. 모르는 코드는 거의 없어요. 배울 만큼 배웠다는 거죠. 음악적 영역을 넓히기 위해 무조건 많이 만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성공도 실패도 모두 경험해 봐야 해요. 이제는 경험치가 더 중요한 시대예요. 빠르게 변하는 대중의 취향과 음악계의 패러다임에 맞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곡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많이 할수록 유리해요.

-AI시대에는 어떤 창작자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나요.
▲예전에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를 천재라고 불렀어요. 그러나 지금은 혼자서 한 분야만 파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지 않죠. AI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창작자는 다양한 정보와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기존에 없던 특별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일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창작자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봐요. 대중은 AI처럼 완벽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함 속에서 나오는 파격,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야기가 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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